의도치않게 필름주간을 보내다.
층간소음도 아닌 옆집소음으로
늘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였던 하루하루가
일주일전 이사를 나간 옆집덕에 라디오와 영화를 틀어놓고
잠들곤 하는데 이렇게 자유로울수가 없다. 비록 유예기간동안이지만.
그간 참 편안한 환경이 아니었었구나 실감하면서..
기록을 해보자면
"이 옆집은 서로 반말을 하며 웃음소리보다 부부싸움을 자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행복한 신혼부부의 모습은 아니다. 지방 출신(경상도)의 남자와 기독교 신자인 여자는 (오전에 들리는 목사설교 tv방송 소리로 암) 최근 일년 사이 아이를 낳았고 기저귀가 많아서인지 매일밤 세탁기를 돌린다. 남자는 아침 8시 5분경 매일 출근을 하고 밤에 퇴근해서는 담배를 태우기 위해 두세번쯤 밖에 나갔다 온다. 딱 한번정도 뒷모습을 본것외에 한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은 걸 보면 옆집 여자는 외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고 가끔 누군가에게 특유의 억양으로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것 그리고 아이를 위해 동요를 불러주는 것이 하루의 낙이다.
이 부부는 부동산에 집을 내 놓은지 근 두달쯤 되었고 최근 소리소문없이 그 일상의 소리와 함께 이곳에서 사라졌다. "
그게 지난주 금요일의 일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있으나마나한 거실 벽 을 타고 인테리어업자의 소리 이외에는 고요한 기운만 흐른다..
우스운 것은 저렇게 옆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옆집과 난 단 한번도 제대로 마주친 적이 없다는 사실이며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이 고시원도 아니고 다세대주택도 아닌 대형건설사에서 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한 모듈이라는 것.
더 우스운 것은 이런 자그마한 엉터리 닭장집임에도 불구하고 내 힘으로 절대 모을수 없는 규모의 mommy bank 소유이며 나는 이마저도 더부살이라는 것.
참 슬프다. ㅜ.ㅜ
어쨌든 주절주절 쓰기 시작한 이유는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일요일 아침이 어색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서초동을 가야하나 신사동 작업실을 가야하나
집에서 작업을 해야하나 세가지 선택사항 중 어느하나 딱 맘에 드는 스케줄이
떠오르지 않아서 주저앉은 것 때문이다.
어설프게 주거와 관련된 직종에 있으면서 요즘 처해있는 현실문제로
사람에 치이는 곳들을 왔다갔다하다보니 환경이 끼치는 이런저런 영향에 대해
무언가 생각 좀 해봐야겠다 싶어서. 일단 생각이고 뭐고 9월 이후로 미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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